연극을 봤습니다.

요즘 AI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며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이미 사람이 필요하지 않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도 사람이 직접 코딩하는 것은 비효율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 일에서는 코딩은 물론이고 프로그램의 아키텍처 설계까지 AI가 대부분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근래 프로그래밍을 하며 성취감을 느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 연극을 봤습니다. 90분 동안 무대 위 배우들의 호흡과 열정을 보며, 그동안 잊고 있던 환희를 다시 느꼈습니다. 약속된 동작과 대사가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모습에서는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연기를 해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그 정확함이 얼마나 많은 반복 끝에 만들어졌는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약속대로 해낸다는 것. 제가 느낀 환희는 아마 거기서 왔을 겁니다.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요즘은 AI로 만든 숏폼 드라마가 나오고, 중국에서는 AI로 만든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한다는 것을요. 언젠가 그런 콘텐츠가 주류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 속 완벽한 결과물이 오늘 무대에서 느낀 감정까지 대신해 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과물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것을 눈앞에서 해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사람이 성취감과 환희를 느끼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오늘 같은 감정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AI가 대신할 수 없는, 제가 직접 해내는 무언가를 다시 찾아보고 싶습니다.